안녕하세요, 정성입니다.😋

구독자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저 원래 올리려던 게 있었는데.. 다 갈아 엎었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에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을 다녀왔거든요! 지금은 17일 목요일, 어제 공연의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어제 기억을 글로, 또 플리로 저장해 두어야겠습니다.

혹시 콜드플레이 콘서트를 보러 가실 예정이라면 스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잠깐 이 글을 읽는 걸 미루고, 다녀오셔서 읽어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와 이때 진짜 미쳤었지" 하면서요.

  이번 내한공연에는 LED 팔찌랑 "문 고글" 이라는 걸 줬습니다. 문 고글은 조금 뒤에 설명하기로 하고, LED팔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노래는 이번 2025 내한공연의 첫 곡 입니다. 무대 위로 밴드 멤버들이 등장해 악기로 걸어가고. 보컬 크리스 마틴이 스탠딩존 가운데의 스테이지에 서서 지휘하듯 손을 휘젓습니다. 그럼 꼭 관중이 맥동하듯이 붉게 빛납니다. 그리고 갑자기 "Three, Two, One" 하면 관중석이 노래 도입부의 '따다단단단 단-'에 맞춰 6번 색을 바꿉니다. 

와... 진짜 이 등장의 후유증이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사실 미리 예상 셋리를 들어보고 가서 이 노래가 첫 곡일거라 거의 확신하고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알아도 얻어맞을 수 밖에 없더라고요.. LED 팔찌는 계속해서 손목에서 여러 색으로 빛나면서 관중에 하트를 그리기도, 또 글씨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어느 자리에서 공연을 봐도 굉장히 높은 퀄리티의 경험을 할 수 있게 설계된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LED팔찌와 문 고글 덕분에, 3층의 무대 기준 가생이쯤 되는 자리에서도 전 황홀한 경험을 해버렸거든요. 그냥 시야가 너무 예쁩니다. 보통 콘서트에서 좀 안좋은 자리를 잡으면, 노래를 들으러 간다거나, 분위기를 느끼러 간다거나 하고, 저 멀리 작은 가수는 스크린으로 보잖아요. 이번 공연은 공연장 전체를 넋을 놓고 본 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홀린 듯이 노래를 따라부르면서요.

  저 이번이 콜드플레이 공연 처음 가는 거 였거든요. 콜드플레이의 공연은 다른 밴드들의 공연과 다르게 커다란 메시지가 있고, 그 메시지를 다같이 응원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개념있는 밴드구나.' 싶게 행동합니다. 그렇다보니 관중들 입장에서 참 따라가고 싶은 밴드입니다. 인간적인 호감이 기반이 되니 이 사람이 부르는 노래를 같이 부르고 싶고, 신나게 놀고 싶어집니다. 어제 각기 다른 5만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같은 노래를 부르고, 춤추고 뛰놀게 된 건 그런 요인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크리스 마틴은 무대 멘트에서 사랑을 믿으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누구든 그 안에 사랑을 갖고 있고, 그 힘은 강력해요.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힘을 주고픈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곳으로 사랑을 보내요!!" 하면서요.

이 노래가 나오기 전 문 고글을 쓰라는 방송이 나와서 입장할 때 받은 안경을 썼습니다. 문 고글을 쓰면 눈 앞의 빛나는 조명들에 모두 하트 모양의 빛번짐이 생깁니다. 한순간 눈 앞에서 하트들이 음악을 따라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는 거에요. 이 얼마나 인류애가 가득한 공간인가.. 당장 제 손목에도 하트가 생겼습니다. LED 따라서 한 여덟 개나 생겼을까요,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 안에 사랑이 있고, 그건 이렇게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거구나. 

  여러분은 콘서트에서 영상을 찍는 편인가요, 그냥 눈으로 보는 편인가요? 

저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기보다 그냥 열심히 눈으로 보면서 그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공연을 해보면 열심히 저를 찍어주는 사람도 고맙긴 하지만 공연장에서 미친듯이 뛰면서 분위기를 띄워 주는 사람이 좀 더 고맙더라고요. 또 이런 큰 공연은 어차피 누군가가 저보다 훨씬 멋지게 찍어줄 거라 믿습니다. 그럼 전 맡겨두고 놀기만 할게요.

사실 공연하는 입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는 건 좀 달갑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호응이 팍팍 터져줘야 공연하는 맛이 나는데, 다들 눈 앞의 사람을 두고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건 좀 그렇잖아요. 크리스 마틴은 이 노래를 하기 전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만의 특별한 노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노래를 경건하게 기다렸습니다. 양손 만세를 하고요.

그러자 사람들이 다같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따로 박수를 치라는 말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여기서 전 또 살짝 감동을 받아버렸습니다. 꼭 그 박수가 크리스 마틴의 멘트에 대답을 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자, 우리 전부 손을 들고 박수를 치고 있어. 우리 전부 더 크게 노래하고, 더 높이 뛰고, 충분히 즐겨줄 준비가 되어있어!"

관중석이 별로 가득찬 것처럼 하얗게 빛나고 그 사이 저도 있었습니다. 

노래에 딱 맞는 상황을 연출한 건지, 이게 만약 영화라면 이 노래가 꼭 그 순간의 BGM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렇게 상황과 딱 맞는 음악을 듣는 게 음악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하고 높은 감상이라 생각하거든요. 그걸 딱 대접해 주니 이토록 황홀할 수가. 

참 알차고 따뜻한 콘서트였습니다.

오늘의 노래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지 노래들은 여러분의 감상을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다음주는 또 새로운 분위기, 새로운 플리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받은 곡은 늦더라도 꼭 들어봅니다. 

칭찬도 쓴소리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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