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난 굳이 우울한 노래를 왜 듣는 걸까

2025. 4. 4.

안녕하세요, 정성입니다.😋

구독자님, 이번 주도 수고하셨습니다.

혹시 우울한 노래들을 듣기도 하시나요?

취향에 따라 우울한 게 좋다는 사람도 있고, '힘빠지게 괜히 그런 걸 왜 듣나'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래가 땡기는 "치트키 시간"이 있습니다.

바로 새벽인데요, 아무리 건조한 사람도 새벽에는 새벽 감성에 젖어드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는 이런 새벽 감성을 담은 우울한 노래들, 또 그 와중에도 너무 좋은 노래들을 모아봤습니다.

우울함이 주는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항상 밝기는 너무 피곤하니까요.

"난 굳이 우울한 노래를 왜 듣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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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플리도 총 6곡, 그 중에서 가볍게 세 곡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1. Streetcar - Daniel Caesar

2. Glimpse of Us - Joji

3. Break My Heart Again - FINNEAS

이렇게 세 곡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어폰 꽂고 잘 따라와 주세요!

Streetcar - Daniel Caesar

Let me know, Do I still got time to grow?

이젠 모르겠어. 나한테 아직 성장할 시간이 남은 걸까?

이 노래는 2023년 제가 시온에게 빠져 있던 때 과거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노래입니다. 어쩌다 이 노래를 시온이 커버한 영상을 봤는데, 위의 첫 소절 가사부터 제 취향이라 바로 "인 마이 플레이리스트" 해버렸습니다.

Seems like street lights, glowing, happen to be
Just like moments passing in front of me
So I hopped in the cab and I paid my fare
See I know my destination, I'm just not there

꼭 거리의 불빛들이, 반짝이면서, 내 앞을 지나쳐 가는 것 같아.

그래서 택시를 타고 요금을 냈어

난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알아. 하지만 난 아직 거기 가지 못했는걸.

이 노래를 들으면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요,

우선 첫번째는 왜인지 어릴 때 아버지 차에서 울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집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는 직장을 다니는 어머니를 종종 차로 데리러 가셨습니다. 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전 그때마다 자주 시덥잖은 이유로 울었어요. 누나랑 싸웠는지, 뭔가 서운했는지 하여튼 한껏 찡그리면서 매번 서럽게 울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유로를 타고 달리는 차 바깥에 빛나는 가로등이 하나씩 지나가는데, 눈물맺힌 눈동자를 찡그릴 때마다 불빛이 위 아래로 쭉 늘어났다 줄어드는 거에요.

그게 꼭 세상이 나랑 같이 울어주는 것 같아서 묘한 위로를 받았다가, 또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해서 그걸 보다보면 서러웠던 맘이 식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제 상황에 묘하게 공감되는 노래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이제와 밝히는 거지만 전 사실 군인입니다. 꽤 오래 있었던 것 같은데 전역하려면 아직도 1년 정도 남았네요.😱 지금 군대에서 음악이 좋다면서 열심히 글을 쓰고는 있지만 사실 전역하고 나면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당장 하고싶은 일은 음악이지만 전역하면 제일 먼저 할 법한 일은 복학입니다. 전공은 손에서 놓은지 꽤 되어서 다시 학교를 가면 거의 처음부터 다시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전공 공부를 해보기엔 동기부여가 없달까요, 결국 전역할 때까지 계속 쓰다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며 이런 글을 매주 쓰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상황이랑 이 노래 가사가 묘하게 맞물리다 보니 전 이 노래가 꼭 제 노래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그래서 제게 옛 추억과 지금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노래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 마지막 부분 가사가 제게 적당한 대답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The good Lord gives

The good Lord taketh away

That's how it goes

Don't go live your life in vain

하느님께서는 배푸시기도

또 가져가 버리시기도 하지

원래 그런거야.

그러니 삶을 헛되게 낭비하지 마

이 사람이... 이 사람이라고요..??

Glimpse of Us - Joji

위 커버 쇼츠를 본 순간 전 바로 원곡을 찾아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보는 Glimpse("힐끗, 힐끗 본 모습" 정도로 번역됩니다.) 라는 단어부터.. 아련한 감정선, 너무 좋은 멜로디까지.

원곡은 어떨지가 궁금해졌거든요. 여기서는 죠지를 한번 소개해 보겠습니다.

죠지는 좀 특이한 뮤지션입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장난처럼 노래를 만들고 놀던 죠지는 Filthy Frank Show라는 유명한 어그로 유튜버(...)로 성장합니다. 갑자기 지나가는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고, 벽에 물컵을 집어던지고, 갈라지는 낮은 목소리를 내면서 미친 사람처럼 맘에 안드는 걸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영상들을 보면 어질어질합니다. 이게 저 노래를 만든 사람이랑 같은 사람이라니.🤦‍♂️

어릴 때의 장난이 발전한 것인지 이때부터 죠지는 "핑크 가이" 라는 부캐로 노래들을 발표합니다. 들어보면 가사는 정말 더 없이 자극적이지만 또 귀에 꽂히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극적인 콘텐츠는 만드는 입장에서도 많은 힘이 드는 일입니다. Filthy Frank로서 영상을 만드는 게 점점 정신적으로 힘이 들고 즐겁지 않다 생각한 죠지는 Joji라는 새로운 활동명으로 진지한 음악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와 다른 진지한 모습들에서 팬들은 조지 밀러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왜,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양복을 빼입으면 달라보이듯이, 한쪽에서는 미친 사람처럼 매콤함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싶다가도 한쪽에서는 진지하게 음악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충격이 보통이 아니었겠죠?

이 노래는 Filthy Frank 시절 노래와 함께 들어보시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사가 거의 욕뿐이고 좀 진지하게 읽어보면 논란이 될 것 투성이라 적당히 넘기며 듣기를 추천합니다... 들어보면 극과 극인 듯한 느낌 사이에서 이상하게 chill 해진다는 점 하나는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천재적인 토도독토도도도독...

Break My Heart Again - FINNEAS

저는 좋은 노래가 생기면 메모장에 이 노래가 왜 좋을까 분석해보곤 합니다.

이 노래도 그 "좋은 노래"들 중 하나입니다. 전에 소개했던 빌리 아일리쉬 오빠 피니어스의 노래이고, 이번엔 우울한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한번 여기선 분석한 내용을 풀어보겠습니다.

You're so blueAre you still breathing?Won't you tell me if you find that deeper meaningDo you think I've gone blind?I know it's not the truth when you say, "I'm fine"

너 우울해 보인다. 숨은 붙어있는 거야?

혹시 나보다 중요한 걸 찾은거면 말해줘.

내가 바본 줄 알아?

"괜찮아" 라는 말 다 거짓말인 거 알아.

연인과 싸우는 듯한 가사의 노래입니다. 사실상 거의 헤어지기 직전 같은데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Go ahead and break my heart again" 이라 말하는 아픔과, 그걸 조용한 방에서 홀로 메신저를 두들기며 보내는 쓸쓸한 모습.

메신저를 다 보내곤 작은 방 속에서 혼자 웅크려 멍하니 무기력한 모습같은 것들이 전 떠오릅니다.😥

이 노래는 이런 가사의 서사를 가사 이외의 부분들을 통해 철저히 강화해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화살표가 한 쪽을 가리키는 그림처럼 이 노래의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전부 가사의 쓸쓸함, 무기력함, 공허함을 강화하는 거죠.

그 중 한 가지 천재적인 방법이 "토도독 소리"였습니다.📱

잘 들어보면 피니어스는 노래에 토도독 하는 아이폰 타자 소리를 넣는 천재적인 판단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대화를 하는듯한 가사의 벌스에 아이폰 타자 소리를 붙여서 텅빈 방에서 혼자 메신저로 뭔가를 보내는 장면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이 소리를 하나 넣어서 듣는 사람은 '두 사람이 뭔가 톡을 하고 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스마트폰 특유의 차가운 느낌도 추가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의 포인트는 "있다 없으니까"의 허전함이었습니다.

노래의 중후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토도독 소리가 사라지고 건반이랑 스트링 볼륨을 점점 키워나갑니다. 그러다 "That same perfume, those same sad eyes" 하는 가사와 함께 스트링을 없애버립니다. 갑자기 빠진 빈자리가 느껴지면서 노래의 쓸쓸함, 무기력함, 공허함을 더 키워줍니다. 페퍼톤스의 노래들 같이 더하고 더해서 강조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빼서 강조할 수도 있다는 게 재밌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듣는 중에 지루하지도 않고, 악기를 몇 개 안써도 귀가 꽉 찹니다.

그래서 제 노래 분석의 결론은요! 이 노래는...

비워냄을 통해서 복잡하게 안 넣어도 깊은 맛이 나게 하고,

여기 "토도독" 이라는 비법 스푼을 한 스푼 넣어 스토리텔링을 강화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노래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나머지 노래들은 여러분의 감상을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다음주는 또 새로운 분위기, 새로운 플리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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